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77)가 4일 오후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져 긴급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샤론 총리가 남부 네게브 사막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쓰러져 예루살렘의 하다사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며 뇌수술을 받았지만 소생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병원측은 “샤론 총리가 머릿속에 고인 피를 제거하는 1차 수술을 받았으며 정밀검사를 받은 뒤 다시 수술실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 병원 원장인 실로모 모르요제프는 “총리는 현재 위중한 상태이며 아직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론 총리가 사망하거나 집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경우 오는 3월28일 총선을 앞둔 이스라엘 정국은 격변이 예상된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을 주도하는 핵심인물이었던 샤론이 정치무대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지면 중동평화 로드맵에 따른 평화과정 전체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미 샤론의 시대가 끝났으며 이스라엘 총선과 향후 정국전개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샤론은 이·팔 평화정착을 위해 지난해 9월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 일부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병력과 거주민들을 완전 철수시켰다.
이후 집권 리쿠드당의 강경파가 정착촌 철수에 강하게 반발하자 11월 탈당과 함께 자신의 중동평화협상 노선을 지지하는 중도·온건파를 규합해 ‘카디마(전진)’라는 이름의 신당을 창당했다. 카디마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 샤론이 총선 승리로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샤론이 정치일선에 복귀하지 못할 경우 샤론의 카리스마에 의존하고 있는 카디마당의 총선 승리는 불투명해진다. 영국 BBC 방송은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샤론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 정착촌 철수를 완료해야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샤론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아랍권 지도자들로부터 ‘중동평화 정착을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샤론이 재집권하지 못할 경우 ‘일방적 정착촌 철수’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착촌 철수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로 이어지는 평화로드맵은 사실상 폐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현 시점에서 샤론이 사망할 경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총선이 모두 연기될 가능성이 있으며 안보문제도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